오늘 축일을 지내는 암브로시오 성인은 특이한 이력(履歷)을 지니고 있습니다. 본래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었던 암브로시오 성인이 주교(主敎)의 직분을 맡도록 하기 위해 세례성사로부터 주교품을 받는 성품성사에 이르기까지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과정을 9개월간이나 - 비록 방학기간이 있지만 - 거쳐서야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는데, 암브로시오 성인의 경우를 알면 예비신자 기간이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예비신자들이 이 사실은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농담 같은 생각도 드네요.
법학을 공부하여 변호사로, 또한 로마제국의 공직자로 생활하던 암브로시오는 아리우스 이단으로 인한 교회의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던 밀라노 교회로부터 주교직분을 제안받습니다. 신자가 아니었음에도 모든 이에게 신망을 얻었기에 가능했을 법한 일입니다.
주교가 된 암브로시오는 3~5세기에 교회에 성행했던 아리우스 이단에 맞서 정통 그리스도교를 옹호합니다. 또한 성직제도와 전례를 개혁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에까지 밀라노와 인근지역에는 ‘암브로시오 전례’라고 하는 지역전통이 반영된 전례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황의 권위나 주요 지역 주교의 임명 등에까지 월권을 행사하던 로마 황제의 간섭을 물리치고자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여러 업적으로 성인은 서방교회의 4대 교회학자 - 성 예로니모, 성 암브로시오, 성 아우구스티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 로 칭송받습니다. 암브로시오 주교의 훌륭한 성품과 탁월한 강론은 마니교의 이단에 깊이 빠져 있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교회로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암브로시오 성인의 생애를 통해 다음의 사실을 생각해 봅니다. 당시의 교회 내부에서 올바른 믿음의 근거를 정립하지도, 교회를 인도할 목자(주교) 선출조차도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해내지 못했을 때, 어쩌면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진 듯’ 세례조차 받지 않았던 암브로시오가 주교가 되었던 점이나 세례성사를 받지 않았으니 믿음이 확인이 되지 않았을 암브로시오가 교회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었던 적임자(適任者)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갈 길을 잃고 헤맬 때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올바른 길을 찾아가도록 그 짐을 덜어주시고 길을 열어주십니다. 비단 성경에 등장하는 기적이야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르시는 말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는 이 말씀은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거나 힘겨워하는 우리에게도 살아있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암브로시오 성인의 생애와 성덕(聖德)을 통해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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