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고 사랑받을 때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의 말을 들으면 생기가 돌고 자기만족과 함께 자아존중감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인정과 칭찬, 사랑받는 것은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욕구인데, 이것을 통해 인간은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늘 사랑만 받고 인정받고 칭찬만 듣고 살 수는 없는 법이죠. 한편 인정과 칭찬,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다 보면, 남이 좋아할 만한 모습에 집착하게 되어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의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스트레스가 되고 ‘잘해야 인정받고 칭찬받는다’는 압박감이 생겨나 일상이 불안할 수 있고 삶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며 의욕 상실과 공허함이나 무기력함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성과와 보상을 매우 중시하는데, 성과는 ‘인정한다’는 것이고, 보상은 ‘칭찬을 대변해 주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물론 자신이 가진 동기 부여와 성취감,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 인정과 칭찬을 받으면 더없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도하거나 지나치지 않은지 성찰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되고 압박감이 되어 삶이 불안하고 균형을 잃어버려 평화롭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믿음의 중요성을 말씀하시고, 이어서 충실한 종의 비유를 통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라고 말씀하시며 당신을 따르는 사람이 지녀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 가르쳐 주십니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진짜 겸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과와 보상으로 인정과 칭찬을 들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이 늘 인정과 칭찬으로 일관될 수는 없습니다. 신앙인들은 항상 자신을 성찰하며 주님께서 쓰시고자 하시는 작은 도구, 충실한 종의 모습으로 봉사와 선행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다만,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말은 주님을 공경하고 흠숭하는 훌륭한 믿음의 고백이며 가장 겸손된 고백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선은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며 당신의 자녀들인 우리를 통해 선을 이루어 가시는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관덕정순교기념관 관장 임종필(프란치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