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성지 마당에 아주 특이한 성전이 우뚝 서 있습니다. 1901년 대구 지진으로 불타 없어진 대구의 첫 번째 성당, 계산성당을 복원한 십자가 모양의 한옥 성당입니다. 계산성당은 대구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교구 일치의 상징이며 중심입니다.
로마에도 가장 먼저 지어진 로마의 주교인 교황의 주교좌가 있는 성당이 있습니다. 오늘 봉헌 축일을 맞이하는 라테라노 대성전입니다. ‘모든 교회들의 어머니이자 머리’로서 전 세계 교회가 로마의 주교인 교황과 일치와 친교를 이루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아름다운 성전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평화로움과 경건함을 느낍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옷깃을 여미고 몸을 단정하게 추스릅니다. 하지만 예수님 시대 성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건 안 되고 성전에서 파는 동물만 제물로 바칠 수 있었습니다. 성전용 화폐가 따로 있었습니다. 마당은 온갖 장사꾼의 시장판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신 예수님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내쫓고 환전상의 탁자를 엎어 버리십니다. 대드는 사람에게 화를 내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예수님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겉모양만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에제키엘이 말하는 성전을 바라셨습니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나는 것.’ 그런 힘은 웅장한 건물이 아니라 성전 공동체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에서 나옵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아 평신도인 나의 사명과 역할을 되새겨봅니다. 평신도는 그냥 성직자의 사목활동을 돕는 들러리가 아닙니다. 교회 안에서 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하는 주역입니다. 가정,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세상을 하느님 뜻에 맞게 바꾸어가는 능동적인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간절히 호소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16)
신나무골성지 주임 함영진(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