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루쉰)
그렇습니다. 길은 누군가 먼저 걸어가야 생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다고 그 길이 반드시 올바른 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꾼 길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았던 길이었습니다.
옛날에 인간의 평등을 말하고, 약자들의 인권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소수의 사람들이 그 길을 걸었기 때문에 세상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모든 인간의 권리가 온전히 존중받는 세상은 멀고도 어려운 길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른바 대세를 좇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올바른 길’을 걷는사람들입니다. 올바른 길이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향하는 길입니다.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천국은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로마 14,17)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그 길을 외면한다 해도, 그 길이 좁고 힘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로 가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이 올바른 길을 가야 합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그 의로움의 길,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그 평화의 길을 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그래 봐야 별수 없다’, ‘결국 손해 보는 길이 아니냐?’ 그럴지라도 우리는 그 기쁨의 길을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을 겪고, 배척을 받아도 돈과 권력을 거머쥐는 길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향한 올바른 길을 걸어가셨기 때문입니다. 이 길이 회개하는 길이고 가까이 온 하늘 나라를 만나는 길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경산 성당 주임 | 전세혁(예로니모)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