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공동체의 특징이라고 하면, 이해관계가 아닌 혈연과 각자의 원의에 따른 선택이 아닌 필연에서 출발하는, “좋아도 싫어도 그래도 함께 해야 하는 공동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생각이 일반적이고, 당연히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가정은 지켜야 한다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치들이 해체되면서 가정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즉, 가족 안에서의 관계보다 사회 안에서 주어진 기능이 우선시되면서, 가족은 그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예전 대가족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을 고집할 수는 없겠지만, 가정의 정체성마저 흐려진다면, 지나친 비약일지는 몰라도,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생을 마감하는 것도, 인생 여정 가운데 일어난 사실로 여길 뿐, 그 소중함까지 잃어버리지 않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가정들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가정이 직면한 도전에 마리아처럼 용감하고 침착하게 맞서며 하느님께서 이루신 위대한 일들을 마음속에 간직하라는 요청을 받는 것입니다.”(30항)라고 가르치십니다. 사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평탄한 가정은 아니었습니다. 처녀인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하신 때부터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까지 수많은 풍파를 겪어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향한 여정을 온 가족이 함께 걸어갔습니다. 이처럼 신앙인 가정은 온 가족이 함께 걸어가는 하느님을 향한 여정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나아가 “하느님의 본질과 무관하지 않은”(“사랑의 기쁨”, 11항 참조) 가정은 신앙인에게 있어서 단순히 구성원들의 모임 그 이상의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회가 가정의 가치를 축소하고 부정할수록, 신앙인의 가정은 오히려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는 소중함을 증거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가정은 기능에 따르는 사회 제도가 아니라, 태초부터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태어난 가정을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성정하상바울로성당 주임 | 박상용(사도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