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 나오는 길가나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을 우리 영혼의 상태에 비추어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자들에게 ‘자신이 좋은 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손들라고 하면, 자신 있게 손드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말씀의 열매를 맺고 있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길 때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단점 많고, 부족한 인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우리 모습, 이런 우리의 영적인 상태들, 때론 돌밭 같고, 때론 가시덤불 같으며, 때론 태양 아래 아스팔트 길 같은 우리에게 늘 당신 사랑의 씨앗을 뿌려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돌밭을 고르고 가시덤불을 쳐 내고 우리가 좋은 땅이 되었을 때만, 당신의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모습 안에서 활동하시고 함께 하십니다. 씨앗이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다음 해 또 나에게 당신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 영혼에 씨앗을 뿌려 주십니다. 우리가 체험을 통해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일들을 극복해 나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을 치유해 나가듯, 영적인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밭 같은 나의 마음에 씨앗이 떨어져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의 어린 영혼의 체험을 통해, 용서와 이해의 폭을 또 키워나갑니다. 조급하게 서두르거나 그렇다고 나태하게 쉬지 않으면서, 우리의 영적인 체험들을 통해 한 걸음씩 주님께 나아갈 때, 우리도 어느덧,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 말씀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신자 여러분,
우리가 잘하지 못한다는 것,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께 겸손되이 손을 내밀고, 온전히 당신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길 간절히 청하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나를 통해, 주변의 영혼들이 쉼과 평화를 느끼는 주님의 도구가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아멘.
유천성당 주임 | 김성근(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