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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 다.”라는 제1독서의 코헬렛 말씀은 이 전 공동번역에는 “헛되고 헛되다. 세 상만사 헛되다.”로 번역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이, 세상만사가 허무고 헛된 일인가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만일 모든 것이 정말로 허무고 헛되 다면, 왜 그런가?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당연하게 대두되기 때문입니다. 코헬렛의 말씀을 염두에 두 고 오늘 복음말씀 안으로 한번 들어가 봅시다.


형제와의 유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에 예수님께서는,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이 그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고 하시면서 비유를 말씀하 십니다. 이 비유의 상황은 이러합니다. 


상황 1) 많은 소출을 얻게 된 부자가 그 곡식을 처리할 장 소가 없자 고민합니다. 그런데 이 부자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궁리합니다.


상황 2) 혼자 고민 끝에 “이렇게 해야지.”라며 묘책을 찾아 냅니다. “곳간들을 헐어내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혼자 궁리하고 생각 한 결과가 자기의 창고를 허물어 새로 짓고, 자기의 모든 곡 식과 재산을 넣어 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 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상황 3) 이 비유에서 처음으로 다른 존재, 하느님께서 등장 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하느님에 의해서 이 사람에게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합니 다. 첫 번째는 부자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해온 자신의 생 명이 그날 밤 떠나가 버린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삼자가 그의 모든 재산을 다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오늘 비유의 부자는 자기 혼자서 생각하고, 자기 혼자만을 위해 결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는 생각해야 할 다른 사람이 없었고, 배려해야 할 다른 어떤 사람도 없었으며, 심지어 이야기를 나눌 다른 누구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혼자만의 생각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계 획이 결국 생명을 얻기는커녕 자기 자신의 철저한 파멸로 결 론이 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람에게 오늘 코헬렛의 말씀이 날카롭게 가슴 에 박힐 것입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 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교구 사목연구소 소장 박강희 안드레아 신부

2019년 8월 4일 연중 제1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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