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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함께 사는 사람들의 무리를 국가라고 부르기도 하고 마을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가끔 분쟁이 일어나고 어떤 때는 피까지 흘리기도 합니다. 전쟁을 겪어본 사람들이 모두 마음 모아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평화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말씀을 듣습니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 다.”(루카 12,52) 이 말씀은 고뇌에 차서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갈라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족끼리의 분쟁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피로 뭉쳐진 이들이 가족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들이 당신으로 말미암아 갈라지고 서로 분쟁을 일으킨다고 하십니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누구보다도 평화를 원하십니다.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어느 집에 들어 가든지 먼저 평화를 빌어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첫 번째 인사로 너희들에게 평화를 빈다고 말씀하십니다. 평화를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신 예수님이 가정의 평화를 무너뜨리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는 이 모순된 두 말씀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예수님이 하신 다른 말씀을 알아들어야 합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예수님이 주시고자 하시는 평화는 세상의 권력자가 무력으로 통치하여 외적으로 보이는 ‘평정의 상태(Pax-Romana)’도 아니며, 거짓과 불의와 타협하여 서로를 침공하지 않는 그러한 상태도 아닙니다. 예수님이 주시고자 하시는 평화는 불의와 맞서서 쟁취하는 평화요, 거짓과 위선에서 벗어나 진실과 정의로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가 갖기를 원하시는 평화는 당신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 다음 비로소 얻을 수 있었던 그 평화, 고난을 겪은 후에 얻는 영원한 평화를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마태 10,36) 평화를 얻는 길은 그리스도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가족도 그리스도를 앞설 수 없습니다. 가족끼리 남을 헐뜯을 때 그 가족이 바로 마지막 날 나를 고발할 것입니다. 공의의 하느님 앞에서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누구를 욕했습니다.’ ‘나도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가족이 원수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영적 투쟁과 고통의 결실이며 자기에게 주어진, 또 자신만이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주고자 하시는 평화는 예수님을 세상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선택함으로 써 주어지는 온갖 박해와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이 얻는 평화입니다. 회개와 정화의 길, 고행과 보속의 길을 걸어간 이들에게 주어지는 참된 평화인 것입니다. 거짓 평화에 안주하지 맙시다. 십자가를 바라봅시다. 진실한 삶을 살아갑시다. 예수님은 세상에 불을 지르십니다. 그 불이 이미 우리 마음에 타오릅니다. 그 불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불이며 정화의 불이며 성령의 불입니다. 이 불의 도움을 받아 평화를 추구합시다. 샬롬!

 

도량본당 주임 김준년 베드로 신부

2019년 8월 18일 연중 제2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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