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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루카 14,8)는 말씀이 더욱 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서품 10주년(2001년)을 기념해서 동기 신부님들과 함께 이문희(바울로) 대주교님을 모시고 중국 상해를 방문했었습니다. 교민 신자 분들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별생각 없이 빈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앉은 자리가 대주교님께서 앉으실 자리라고 해서 무안하게 일어섰던 일이 있었습니다.


  제1독서에서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집회 3,20)는 말씀이 겸손의 가치를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겸손은 우리 내적 삶의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덕으로서 신앙생활의 모든 행동의 출발점입니다. 겸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웃에게는 정직하게 표현하고 사랑하는 생활’을 말합니다.


  요즈음 겸손은 신앙의 차원이 아니면 실천하기가 어려운 덕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겸손은 수치스럽고 굴욕적이며 천하고 비열한 것들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은 한줄기 빛으로 다가옵니다. 결점이 많아서 걱정하는 동료 수녀에게 “당신이 결점 때문에 매번 넘어지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십자가이니 놓치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수녀의 나약함을 사랑하라.”고 격려했습니다. 왜냐하면 오만으로 채워진 영웅적 행동보다는 불완전함에서 드러나는 겸손이 더 많은 영적 유익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겸손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오늘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생태계의 온전함을 위해서도 겸손한 덕의 실천이 모든 인류에게 요구된다.”(「찬미받으소서」, 224항 참조)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보다는 자기를 앞세우기가 쉽습니다. 겸손의 덕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제2독서에서 말씀하시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히브 12,22) 안에서 흥겹게 잔칫상을 받는 준비된 이들이 되도록 합시다. 아멘.

 

장성본당 주임 손무진 요한 신부

2019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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