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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원죄를 갖고 태어납니다.
이 원죄는 다름 아닌 영혼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악성(惡性)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태어나기 때문에 나의 존재에 선성(善性)이 한없이 자리하고 있으며 또한 아담의 후예로서 악성 또한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악성을 좀처럼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율법적으로 온전하게 사는 사람을 의인이라 하고 율법을 어기는 자를 죄인이라 칭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시어 이러한 인간의 이분법적인 아집을 부수시어 사랑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하셨습니다.


인간의 악성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관계의 존재로서 서로의 관계 속에서 악성이 의식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마치 나의 존재가 검은 악성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물병이라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나는 물병 안의 금붕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구든 자신의 물병을 스스로 넘어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관계 속에서 그 누군가가 나를 넘어뜨리게 됩니다. 나 자신의 물병이 넘어질 때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악성이 물병 전체로 뒤섞여 금붕어가 숨을 쉬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상태가 바로 고통의 시간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고통의 상태에서 나를 넘어뜨린 그 사람을 율법적으로 미워하거나 공격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나를 넘어뜨리는 그 사람이 윤리 도덕적으로 틀렸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는 나의 악성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그 사람을 미워하고 경멸하면서 피한다면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자녀가 본인을 넘어뜨리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을 선택하지 말고 하루하루 만나는 그 사람을 온전히 소화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의 고통이 나의 악성 때문이라고 인정하면 악성은 선성으로 바뀌고, 부정하면 악성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주님의 가르침을 생각합시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이웃의 티끌은 자세히 본다.”라는 말씀을 영혼 깊이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악성에 대한 징그러움을 확인하시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임종 전까지 수없이 넘어지면서 주님의 성체의 큰 도움을 받아 악성을 선성으로 바꾸는 아픈 수고와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하느님께서 꼼꼼히 테스트하는 과정입니다.

 

들꽃마을 후원회 전담 최영배 비오 신부

2019년 3월 3일 연중 제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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