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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잃고, 공허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던 예수님의 제자들은 허망한 마음에 그저 몰두할 거 리를 찾습니다. 익숙한 대로 밤새 그물질을 해보지만 그런 빈 손질에 잡힐 물고기는 당연히 없었습 니다. 빗나간 어떤 노력으로도 그들의 빈 마음을 채우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빈손질로 헛수고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지라고 명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첫 만남에서처럼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그제야 제자들 은 예수님의 현존을 깨닫습니다. 그분을 만나고 그분의 명을 따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하 게 알아듣습니다. 


그분과의 새로운 이 만남을 통하여, 빈 마음을 채워 주는 것은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시고, 이 만남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향해 일어날 때에 비로소 잃어버린 부활의 기쁨과 설렘을 되찾고, 또 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이 새로운 삶은 예수님께서 이룩하신 부활의 삶입니다. 이는 말씀에 대한 순명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에 결합하는 삶이며, 그 것은 오롯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우리를 위한 삶인 것입니다. 이로써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삶을 희망하는 삶에로 나 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참 만남이 필요합니다. 기쁨을, 희망을 제대로 발견하고 키워내야 합니다. 인간의 절망 끝에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희망 이 아닌 것을 희망하며 빈 마음을 채워보려 하지만 그것은 헛수고일 뿐입니다. 좌절하여 용기를 가질 수 없을 때 제자들의 오늘 의 모습을 새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정호승)는 시인의 충격적인 표현은 오히려 참 희망에로의 절절한 고백일 것입니다.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오늘 우리에게 들려오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님 사랑에 응답합시다. 그로써 주님의 부활은 우리의 부활이 되어 야 합니다. 우리가 새롭게 만난 그 사랑으로, 우리는 언제나 사라지지도 꺼지지도 않는 기쁨과 설렘 속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장 이경수 라파엘 신부

2019년 5월 5일 부활 제3주일, 생명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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