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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에 저는 청소년들과 함께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해외봉사를 다녀 온 청소년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반응이 참 놀라웠습니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산만하고 분주하고 질서도 없기 마련이어서, 어른들이 보기에는 불안하고 불편하고 안쓰럽게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그들은 달랐습니다.


청소년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지만 그들만 공감하는 것이 있는 듯합니다. 그 공감은 모든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입니다. 청소년들에게 봉사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 니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 웃으며 마음과 마음을 맞대어 에너지를 나누는 것, 그렇게 서로가 행복을 주고받는 것이 그들의 봉사였습니다. 비록 이 모습이 질서도 없고 산만하고 분주해 보여도, 청소년들이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개나리 한 송이는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꽃이 함께 있을 때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제각각 모여 있는 모습에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나리를 보듯이 그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요한 14,27)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평화는 어떤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서로 침범하지 않고 각자 나름대로 만들어 놓은 질서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세상의 평화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평화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내어놓고 부족한 것을 부끄럼 없이 청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예수님의 평화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평화를 생각 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참으로 현명한 평화의 사도입니다. 무기도 협상도 굴복도 없이 아름다운 평화를 이루니 말입니다. 우리 청소년들과 같은 마음만 있다면 이 세상은 진정 평화로울 것입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평화를 위해 어른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먼저 어른들이 생각하는 시선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행복해하고 그로 인해 평화로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행복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서로의 존재만 이 필요할 뿐입니다.


청소년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행복했던 청소년 시절을 떠올려보고, 우리 청소년들도 그 행복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 주자고 다짐해보면 좋겠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이루는 평화를 배우려고 해보면 좋겠습니다. 참 현명한 평화의 사도가 바로 청소년들이기 때문입니다.

 

교구 청소년국 차장, 학교 복음화 담당 김민수 레오 신부

2019년 5월 26일 부활 제6주일, 청소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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