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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장수마을을 돌며 장수에 관한 연구를 하는 미국의 댄 뷰트너라는 사람이 일본의 장수촌 오키나와를 방문했습니다. 거기서 백세가 넘은 가마다 할머니라는 분을 만나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결혼 생활을 75년간 유지한 비결이 뭔가요?” 가마다 할머니는 아주 간단하게 한 마디 했습니다. “참는 법을 배웠지.” 75년이라는 너무나 긴 세월을 남편과 같이 살아온 분의 말이라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도 누가 ‘신부님, 신학교 생활 7년은 어땠어요?’ 라고 묻는다면, ‘참는 법을 배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는 이 말에 놀라 물을 것입니다. ‘아니, 신부님. 하느님께 늘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사람과의 갈등이 뭐가 그리 많습니까?’ 하지만 신학교도, 수도원도 다 사람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지요. 나와 성격이 전혀 안 맞는 사람이 있고, 나와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로 무엇을 보는 시각과 생각이 많이 다르니 처음에는 자주 부딪힙니다. ‘왜 말을 저렇게 하지?’, ‘왜 나를 무시해?’ 하며 언짢아하고 미워하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차츰 1년, 2년, 3년 같이 살다보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요. 뭐든지 내 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이고, 그래 저 사람은 저렇구나.’ 라는 것을 깨닫지요.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 맞추어 주고 참아 주면서 생활하지요. 미워하다가 또 회개하고 미워하다가 또 회개하고, 계속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중에는 상대에 대해 인내가 생깁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콜로새서에서 “선택된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부모도 자식도, 남편도 아내도,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모질게 대하고 잔소리하고 들볶으면 뭐가 확 바뀌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성 가정 축일을 맞아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선택된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아멘.

 

지례본당 주임 구기석 안드레아 신부

2018년 12월 30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 성화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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