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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을 쓰는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예전에도 그렇게 빗소리를 즐기다 깡통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깡통에는 자갈이 담겨있었고, 그 위로 빗물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깡통에서 빗물이 튀기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그 깡통에 돌을 던져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 깡통이 우리 마음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는 하느님의 은총이고 자갈은 우리의 욕심이라는 생각도 함께 말입니다. 비가 내리면 깡통은 빗물로 채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자갈이 담겨 있으면 빗물은 그만큼 덜 채워집니다. 그마저도 자갈을 더 던져 넣으면 물은 흘러나와 버립니다. 그렇다고 자갈을 빼려고 하면 굉장히 힘이 듭니다. 좁은 깡통 안에서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거니와 날카로운 입구에 손을 다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빼내기만 하면 그만큼 더 많은 빗물을 채울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은총을 가득히 내려주십니다. 그리고 그 은총은 우리의 마음을 채웁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욕심이 있으면 은총은 우리 마음을 온전히 채우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욕심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그것마저도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려고 하면 그것 또한 굉장히 힘이 듭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리기만 하면 더욱 큰 은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고백합니다. 같은 내용의 마태오 복음을 보면 이에 칭찬을 받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후에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듣고 예수님께 반박합니다. 이에 사탄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앞에서 큰 칭찬을 받은 것이 무색할 정도로 뒤에는 크게 혼이 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고백하는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나온 것이고, 예수님을 반박하는 것은 자신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이란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욕심을 비우고 하느님으로 채울 때 가능합니다. 하느님으로 나를 채울 때 내가 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를 비우고 주님으로 채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복음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만큼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주님과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이번 한 주 나는 무엇으로 나를 채우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하느님으로 채우고 있는지, 욕심으로 채우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힘들지만 욕심을 버릴 때, 하느님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장천본당 주임 배준빈 대건 안드레아 신부

2018년 9월 16일 연중 제2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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