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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는 참 무서운 말씀이 나옵니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리고, 발이 죄짓게 하거든 발을 잘라 버리고, 눈이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는 말씀입니다. 만일 이 말씀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우린 모두 벌써 불구자들이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실제로 2세기 말 알렉산드리아의 교부였던 오리게네스는 자신의 삶에서 성욕을 배제하고 금욕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성기를 거세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그런 오리게네스를 단죄했습니다. 스스로 절제하면서 금욕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 자신의 몸을 해치며 고자가 되는 것은 오히려 너무 쉬운 길이며 하느님의 창조 원리에도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만일 우리가, 우리 손이 죄를 지었다고 다시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손을 잘라버린다면 그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 되겠지요. 손을 움직인 마음이 문제이지 손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오늘 말씀은 그만큼의 굳은 결단력을 가지고 죄지을 기회를 피하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사소한 죄들과 타협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번 한 번은 괜찮겠지.’ 하지만 그런 마음의 유약함이 우리를 죄 중의 상태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우리 삶의 방향 또한 하느님의 뜻과 점점 멀어지게 만들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뜻을 위해 우리의 뜻을 굽히는 것이고,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사랑에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 죄악을 피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준비시켜 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손과 발을 잘라버리고 눈을 빼 던져 버릴 정도의 각오와 결심으로 죄악을 멀리하고 사랑의 실천을 선택하십시오. 타협이 아닌 선택입니다. 사랑의 실천을 위한 선택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지운 시몬 신부

2018년 9월 30일 연중 제2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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