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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계명을 지키며 살아온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살인을 하지 않았고, 간음하지 않았으며, 도둑질도, 거짓 증언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을 공경하며 살았습니다. 이렇게 계명을 지키며 살아온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묻습니다. 그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반, 그리고 예수님께 잘하고 있다고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반으로 예수님을 찾아왔을 것입니다.


이 청년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계명을 다 지키고 살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서도 재산이 꽤 많았던 것으로 봐서는 부모님이 부자이거나 스스로가 성실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족함을 모르는 풍족한 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라는, 풍족함을 포기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익숙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라는, 지금까지의 삶을 포기하라는 말씀으로 들렸기에 쉽게 따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먼저 가진 것을 손에서 놓으라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따르기만 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초대였습니다. 그렇게 가진 것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면 그 다음으로 마음에서도 놓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비워진 마음에 예수님께서 주시는 참진리를 채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참진리를 알게 되었다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지켜온 계명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금지가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라는 초대임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자 청년은 가진 것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예수님을 따르지 못하고 슬퍼하며 떠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을 따르라는 예수님의 초대에 우리가 당장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저 슬퍼하며 그분을 떠나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우리가 있는 삶의 자리에서 조금씩 손에서 놓는 연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꼭 쥐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손에서 놓게 되면, 마음에서도 놓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마음에서 놓게 되면 그렇게 비워진 곳에 예수님을 더 채울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포항성모병원 원목담당 연상모 루카 신부

2018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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