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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사는 성인들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 참 착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뒷정리를 도맡아 하고,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데 알고 보니 가톨릭 신자더구먼….” “그러면 그렇지, 가톨릭 신자들은 달라도 뭐가 달라.” “그래, 나도 종교를 갖게 되면 성당에 나가야지.”


신자들이 불어나 너무 많아져서일까요? 아니면 우리 신자들이 너무 세속화되어서일까요? 요즈음은 이런 말들을 듣기가 좀 어려워졌다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이며, 교황청에서 발표한 52번째 홍보 주일입니다. 주님의 승천은 주님께서 구름을 뚫고 우주의 저 먼 곳으로 가셨다는 사건이 아닙니다. 승천은 주님께서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의 자리로 옮겨가셨다는 뜻이며, 주님을 따르는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의 길을 활짝 열어주셨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의 일상에서 주님은 새로운 모습으로 항구적으로 현존하고 계시다는 뜻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웃 안에서 주님을 직접 체험하고 만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천이고 오늘 축일이 지내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번에 세 번째 사목권고인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반포하셨습니다. 이 권고에서 교황님은 험담과 뒷담화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작은 일에 충실하며,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의 손길을 내미는, 이른바 ‘옆집의 성인들’이 바로 우리들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물질적인 풍요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이를 얻기 위하여 온갖 탐욕과 이기심을 정당화시키는 오늘의 현실 앞에서, 배려와 희생을 앞세우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삶은 분명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사람을 올바른 길에 머물게 하고, 탈선했다면 되돌아오게 하며, 아직 주님의 사랑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가르침과 그분의 현존만큼 더 필요한 게 있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굳게 믿으며,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고 주님이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옆집에 사는 성인들’, 바로 여러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며 희망입니다. 바로 승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입니다. 여러분들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가톨릭평화방송 사장 이창수 야고보 신부

2018년 5월 13일 주님 승천 대축일, 홍보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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