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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성 요한 세례자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때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회개의 세례로 사람들을 준비시킨 위대한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이분의 “삶”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알림’과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신약의 시작과 함께 맞이한 “죽음” 또한 ‘선구자’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탄생”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뻐하며 할례식에 참석한 이웃과 친척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아기의 어머니 엘리사벳은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친척 가운데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다며 의아해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지 즈카르야가 칠판에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씁니다. 왜냐하면 요한의 부모는 이미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루카 1,13)는 명을 가슴에 품고, 머리에 새기며, 그대로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 부부의 “안 됩니다.”라는 거절이었을지 모릅니다. ‘우리 민족이 하던 대로~, 지금까지 해 왔으니까~ 아이의 이름은 아버지의 이름이나, 친척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관습과 전통입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관습과 묵은전통을 과감히 깰 수 있는 거절 없이는 새 시대는 열리지 않습니다. 나아가 맹목적인 거절로 끝나지 않고, 천사가 알려준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요한이라고 해야 합니다.”라는 단호한 순명이 뒷받침 되어야 구원의 새 시대가 시작됩니다.


이러한 ‘전통과 악습에 대한 거절’과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순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그리고 이 ‘회개’는 세례자 요한이 온 삶을 다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한 최고의 준비라고 강조했던 것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께서 여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최고의 준비가 회개이며, 회개는 과거의 악습에 대한 거절이고,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순명임을 자신의 탄생으로 손수 알려주셨습니다.


지금!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아직도 ‘아버지의 이름을 따야 한다.’ ‘친척들의 이름을 가져와야 한다.’며 구태의연한 사고와 끊어버리지 못하는 묵은 악습에 사로잡혀 새로운 시대를 살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우리는 과감히 “안 됩니다.”라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라며 과감하고 당당하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회개하여 새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인동본당 주임 여한준 롯젤로 신부

2018년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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