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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입니다. 원래 ‘소확행’이라는 말은 『랑겔한스섬의 오후』라는 책에 처음 소개되면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면,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린 속옷이 서랍 안에 잔뜩 쌓인 것을 볼 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때, 방금 구운 빵을 찢어서 먹을 때 등 아주 작고 소소한 것이지만 항상 가까이에서 쉽고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것들을 통해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야속해 보이는 말씀을 하십니다. 힘들고 어려운 파견에서 든든히 준비를 해도 모자랄 텐데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당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오로지 하느님께만 의지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라고 강조하십니다. 먹을 것이 많고 소유하고 있는 것이 많으면 당연히 거기에 신경을 쓰게 되어 자신의 본래 사명과 역할에 소홀해질 뿐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의지도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세상의 것들에만 가치를 두는 삶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합니다.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돈에 집착하게 되면 우리의 삶은 불행해지고 황폐해집니다. 신문 지상이나 보도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돈이 관계의 중심에 있게 되면 그 돈 때문에 부모를 버리고 형제와 다투고 왕래도 없는 비참하고 불행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의지하는 것, 다시 말해 우리 삶의 중심에 하느님을 둘 때 우리의 삶은 풍성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늘 행복하기를 바라고 행복을 찾아나서는 우리입니다.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있습니까? 우리는 행복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가까이에서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나약하고 부족하더라도 주님과 함께하고,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진정한 행복일 것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안병욱 시몬 신부

2018년 7월 15일 연중 제15주일, 농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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