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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

 

신부가 되고 난 후 첫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생활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성탄 판공성사를 주다가 감기 몸살에 걸렸고 며칠 동안 감기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미사와 성사를 드려야 하기에 그날도 천근만근한 몸을 겨우 일으켜 미사를 드리고 판공성사도 드리고 성당을 나와 사제관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사제관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할머니 한분이 서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더니 “신부님만 잡수세요.” 하시고 종이상자를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할머니 이게 뭐예요?”라고 여쭈어 보았더니 “별거 아닙니다. 신부님, 얼른 나으시소.” 하시면서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아들고 종이상자 안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전복죽이었습니다. 감기 몸살에 걸린 저를 위해 할머니께서 직접 해주신 선물, 전복죽! 그날 전복죽을 먹는지 눈물을 먹는지 모를 정도로 펑펑 울면서 할머니를 통해 느껴진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렸습니다.


정성이 담긴 선물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 됩니다. 우리는 선물을 줄 때 자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물을 받을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상대방을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렇듯이 선물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公顯)이란, “공식적으로 나타내 보이다.”는 뜻으로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위한 구세주로 드러나심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아기 예수님이라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귀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가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주시는 표징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동방의 박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장 귀한 선물로, 임금을 상징하는 ‘황금’과 기도와 흠숭의 상징인 ‘유향’, 영원한 생명이며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몰약’을 아기 예수님께 바칩니다. 이 선물을 통해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영원한 참 임금이심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2018년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아기 예수님께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까요?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선물, 사랑의 선물을 우리도 준비하도록 합시다.

 

각산성당 주임 김성복 데이꼴라 신부

2018년 1월 7일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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