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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기도

 

올해도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고 나선 젊은이들이 성품성사를 통해 부제로, 사제로 탄생하는 큰 기쁨이 있었습니다. 새 부제님들, 새 신부님들을 바라보면서 성직자로서 앞으로 거룩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인내와 기도가 필요할 것이라는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기억의 한구석에 놓여있던 저의 사제 서품식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본당 신자분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들, 6월의 서품식이라 감동의 눈물보다 더 많이 흘렸던 이마의 땀들, 서품식 전례에서 혹시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느꼈던 긴장감 등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제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은총을 그 순간에 간절히 청해보라는 선배 신부님의 조언대로 바쳤던 기도, 서품식 한가운데에서 땅에 얼굴을 묻은 채로 바쳤던 기도가 뚜렷하게 생각납니다. 그 기도는 하느님의 도구로서, 교회의 봉사자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저의 꿈을 담은 기도였으며, 그러한 꿈에 한참 못 미치는 저를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채워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였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후배들의 서품식에 참례하면 다시금 떠올라 아직도 많이 모자라는 현재의 저를 부끄럽게하고, 다시 더 열심히 살아 보라는 충고를 해주는 기도입니다.


베드로와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 어부였던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께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하셨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해 봅니다. 배를 띄워 물고기를 잡고 그물을 손질하던 그들의 일상에 예수님이 나타나셨을 때, 그들은 곧바로 예수님을 따라나섰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정든 집과 고향, 손에 익은 어부의 일을 다 놓아두고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그들의 마음에는 분명히 강렬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로 나아가고 싶다는 부푼 희망일 수도 있고, 그분에게 자신들의 인생과 꿈을 맡겨보고 싶다는 설레는 기대감일 수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이고, 그 움직임이 기도가 되어 마침내 그들이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착하고 겸손한 사제가 되게 해주십시오.’ 서품식 때 제가 바쳤던 기도입니다. 이 짧은 기도가 그때 예수님 앞에 엎드렸던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의 마음을, 그때의 기도를 제대로 살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가 저에게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하면서 제 자신을 성찰하게 하고, 다시 힘을 내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 줍니다. 새 부제님들, 새 신부님들도 각자 나름대로 첫 마음과 기도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신자 여러분들도 영세 때 또는 견진 때의 첫 마음과 기도가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셨을 때 움직였던 그들의 마음이 기도가 되고 그 기도가 그들의 삶이 되었던 것처럼 예수님 앞에서 우리가 가졌던 첫 마음과 기도 역시 우리들의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첫 마음과 기도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한 번씩 꺼내어 현재의 자신을 비추어보는, 작지만 반짝이는 거울이 되면 좋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박종현 도미니코 사비오 신부

2018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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