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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들에게 찾아가는 사람들

 

얼마 전, 성지순례 중 베들레헴의 주님 탄생 성당에서 한국 수녀님 한 분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다가 “수녀님, 그럼 지금 소임은 뭔가요?”라고 여쭈었더니 “저는 시리아 난민들을 돌보는 일을 하다 4년 전 내전으로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지금은 예루살렘에서 지내는데, 다른 수도회 소속의 한국 수녀님 네 분과 함께 있어요. 다시 기회가 되면 함께 시리아로 들어가려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많은 수도자들이 세상 곳곳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합니다.”(1코린 9,23)라는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영성가가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병으로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그리스도인으로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마치 욥의 탄원 기도처럼 “기억해 주십시오. 제 목숨이 한낱 입김일 뿐임을.”(욥 7,7)이라고 흐느끼는 병자의 물음에 그 영성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24시간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어요. 육체적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당신은 영신적으로 매 순간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어요.”


욥과 같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살 수 있고, 바오로 사도처럼 세상 끝까지 가려는 열성으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모습에서, 연중 시기를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일상의 자리가 있지 않을까요?


은퇴하신 신부님 한 분은 지금도 조용히 가난한 이들을 돕고 계시는데, 어느 날 제게 “세상에서 정말 가난한 이들은 그들에게 붙여지는 이름도 없으며, 만나기도 어렵다. 아니, 만날 수가 없다.” “예?” “왜냐하면, 철저히 세상에서 숨겨져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찾으려 애쓰지 않기 때문이거든.” “신부님,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음... 넌 아직 안된다.” “왜요?” “좀 더 여물어야 된다. 예전에 어떤 신부에게 그들을 만나게 해 줬더니 보름 동안 가슴이 먹먹하다며 힘들어하더라.” “예...”


오늘날 복음이라는 거저 주신 보물을 예수님, 욥, 바오로 사도의 모습으로 선포하며 나누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기에 교회는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특히,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서 철저히 숨겨지고 버려져 있는 이들에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의 자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마르 1,38)

 

청년국 차장 구자균 다미아노 신부

2018년 2월 4일 연중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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