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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율법학자

 

오늘 복음에서 ‘밭에 숨겨진 보물을 찾은 사람’의 비유와 ‘좋은 진주를 찾은 상인’의 비유는 하늘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그 나라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합니다. 보물이나 진주는 숨겨져 있어서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 사람은 소작인으로서 밭에서 일하다가, 다른 한 사람은 상인으로서 사고팔 물건을 찾아다니다가 너무도 어렵게 보물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 모두 그 보물을 찾고서 얼마나 기뻐하였겠습니까? 이들을 통해 예수님의 메시지를 듣고서 보물에 비유되는 하느님 나라를 발견한 이들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씀은 보물을 발견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몇 걸음 더 나아갑니다. 우선 그 보물들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팔았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소작인에게나 상인에게나 최고의 희생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결코 그 조건을 완화시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늘나라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그 기쁨을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가진 것을 다 팔아서라도 자신의 기쁨으로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1년, 10년이 아니라 영원히 누릴 기쁨이기에 어찌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파는 것이 아까울 수 있겠습니까? 발견한 보물을 확실하게 자기 소유로 만들었을 때 더욱 완전한 기쁨이 찾아오기에 예수님은 그들의 희생을 그대로 용납하시는 듯합니다.


이 희생은 예수님의 세 번째 비유에 나오는 세상 종말에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늘나라의 기쁨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결코 천사들에 의해 밖으로 던져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생 간직할 수 있고 결코 그 기쁨이 사라지지도 않을 하늘나라의 보물들은 나 자신을 보호해주고 하느님 나라로 안내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늘나라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나라를 온 힘을 다해 추구하며 살아가는 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율법학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가 체험한 신앙 안에서 하늘나라의 무궁무진한 옛 보물들도 다 꺼내볼 수 있고, 예수님의 빛나는 보석들도 함께 내어볼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그 어떤 예언자나 선지자보다도 더 화려한 보석을 보여줄 수 있는 금고를 마련해둔, 이 시대의 현자인 것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율법학자로서 어느 시대 누구보다 더 많은 보배들을 발견하는 그 기쁨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현대의 것과 옛 것을 잘 조화시켜서 다른 사람들도 이 시대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보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꺼내주는 집주인이 되어야 함을 예수님은 가르쳐주십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존재마저도 강하게 부정하는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집주인과 같은 새로운 율법학자가 되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 하늘나라의 보물을 찾도록 성경을 많이 읽어야겠지요! 아울러 보물을 찾은 기쁨을 더 오래 유지하도록 말씀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시대의 새로운 율법학자가 되도록 초대되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정성훈 모세 신부

(2017년 7월 30일 연중 제 17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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