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깨어있어라!

 

예수님 시대의 결혼풍습에 따르면 결혼하기를 원하는 남자와 여자가 약혼을 한 후, 신랑될 사람은 신부를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납니다. 이 기간은 대략 1~2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약혼은 미완성된 결혼입니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 이전까지는 만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며 결혼식이 끝나야 함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데리러 가는 날짜는 신랑 아버지의 권한에 속해 있었으며 아버지는 모든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면 아들을 신부에게 보냅니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신랑도, 신부도 모릅니다. 신부가 아는 것은 모든 준비가 다 끝나면 신랑이 혼인 잔치를 위해 데리러 올 것이라는 것뿐입니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도착하면 신부의 처녀(들러리)들이 뿔나팔을 불어대며 신랑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큰소리로 외칩니다. 혼인식은 신랑의 집에서 저녁에 치러지는데, 이때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행렬을 이루어 결혼식장으로 갑니다. 그 후 결혼예식이 절차에 의해 거행되고, 신랑과 신부가 하나 되는 의식을 치른 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의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면, 그제야 잔치가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등불을 가지고 신랑을 마중나간 열 처녀에 비유하였습니다. “신랑”은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뜻하고, “열 처녀”는 그리스도인들을 뜻합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그리스도인들을 뜻하고, “어리석은 처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지키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뜻합니다.


신랑이 늦어지자 어리석은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신랑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신랑은 “한밤중에” 즉, 뜻밖의 시간에 온 것입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불과 그릇에 기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름을 갖고 있지 않았던 처녀들은 뒤늦게 준비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잔치집의 문은 닫혀 버렸습니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분이 오실 때까지 우리는 깨어서 그분의 말씀과 뜻을 충실히 듣고 실천하여야 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한편, “깨어있다는 것”은 이미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예수님을 의식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어 의식해야 합니다. 세속의 생각들이 우리의 중심이 되지않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말씀”과 “성체”로 오신 살아계신 주님을 체험하고 있는지, 아니면 습관적인 신자의 의무로만 미사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집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최동석 안드레아 신부

(2017년 11월 12일 연중 제32주일)

?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