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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주님의 평화가 교우들의 삶 안에 충만하길 기도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 여인은 자비를 청했지만, 주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복음은 그 이유를 이렇게 언급합니다. ‘티로와 시돈 지방에서 살고 있는 가나안 여인이었다’. 한마디로 그 여인은 하느님을 모르거나 믿지 않는 이방인이었고, 은총에 있어서 이방인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침묵하시는 주님을 보았던 제자들은 주님께서 여인의 청을 거절하신 것으로

여기고,  여인을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간절했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여인은 주님께 자비를 거듭 청했지만, 여인에게 돌아오는 주님의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자녀들의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 말씀을 듣고 여인은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주님께서 침묵하시니 주님께서 거절하신 것이라 여겼던 제자들처럼, 그 여인도 주님께서 자신의 청을 거절하신 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여인에게는 그냥 물러설 수 없는 간절함이 있었고, 그 간절함 때문에 주님 곁을 떠나지 않고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주님에게서 이 말씀을 듣게 됩니다.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믿음이 없던 이방인에게서 믿음이 자라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여인은 주님께 청했던 은총도 얻었지만, 한 번의 은총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 속에 길이 머물 수 있는 은총도 얻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 드리는 청을 거절하셨다고 여겨지던 그 시간 속에서 믿음이 없던 여인을 믿음의 여인으로 키워 가시고, 여인의 딸뿐만 아니라 여인에게도 필요한 은총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속 여인은 이렇게 고백하는 것 같습니다.

‘주님의 침묵은 거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주님께서 나를 저버리신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나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신다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주님은 이방인이었던 나에게도 그리하셨는데, 하느님의 자녀들에게는 얼마나 더 마음을 쓰시겠습니까? 자비로우신 주님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그분 곁에 머무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이 한주를 시작합시다. 아멘.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원목신부 | 이상현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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