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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태양에게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누가 더 지상의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고 힘이 강한가? 바람과 태양은 사람의 두꺼운 외투를 벗겨 내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바람이 세게 불면 불수록 사람은 더욱 옷깃을 여미고 단추를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태양이 은은하게 열기를 뿜자 길을 가던 사람은 스스로 단추를 풀고 외투를 벗었습니다. 유명한 이솝우화태양과 바람의 내기입니다. 이 우화는 남을 몰아붙이는 강함이 아니라 자비롭고 따뜻한 부드러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낸 첫인사는 태양처럼 따뜻한 평화의 인사였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여정에서 당신을 부인하고 외면한 베드로와 제자들을 질책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평화를 빌어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 세 번이나 이 인사가 나오지요. “평화가 너희와 함께!” 십자가 예수님을 뒤로하고 숨어버린 죄책감을 지닌 제자들,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이 평화의 인사로 하느님의 무한한 용서와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을 몸소 보여주신 것입니다. 마치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태양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듯 예수님은 당신 자비와 용서를 담은 평화의 인사로 제자들의 두려움과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신 것이지요.

 

특별히 예수님은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라는 토마스에게도 친히 이 평화의 인사와 함께 당신 몸의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상처 안에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향한 예수님의 크고 자비로운 십자가 사랑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토마스는 의심과 불신의 두꺼운 외투를 벗어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바라보며 믿음을 회복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형제자매 여러분! 햇빛은 우리 인간의 눈으로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십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빛은 사실 우리에게 태양보다도 더 크고 밝은 빛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부족한 인간의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기억하고 보지 않고도 믿는 신앙의 행복을 지켜 나가도록 합시다. 여러분의 가정과 본당공동체가, 그리고 평신도와 성직자 모두가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평화를 가득히 받고 그 자비와 평화를 이웃과 나누는 뜻깊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 되도록 기도합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정창주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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