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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小學)』의 첫 문장은쇄소응대, 초학입덕지문(灑掃應對, 初學入德之門)”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물 뿌리고 마당 쓸고 부모님의 부르심에 대답하고 응하는 것이 배움에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신학교의 일상은 말 그대로 쇄소응대입니다. 매일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성당에 기도하러 갑니다. 기도하고 묵상하고, 신학을 공부하고…. 매일 하다 보면 어느새 일반인의 삶에서 신학생의 삶으로 변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몇 년 후에 신학교 학장이셨던 김경식 보니파시오 몬시뇰의 병환 소식을 듣고 동기 신부와 함께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너무 아프셔서 말하기도 힘드신 상태였는데도 저희를 맞아 주셨습니다. 잠시라도 즐거움을 드리고자 신학교의 작은 일들을 전해 드렸습니다. 나오기 전에 같이 간 신부가저희에게 한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청했더니 그분 특유의 목소리와 표정으로잘 살아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눈치 없이어떻게 하면 잘 살겠습니까?”라고 다시 여쭈었더니배운 대로 살아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병문안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몬시뇰께서는 그 말씀을 어린 후배 신부들에게 유언처럼 남기시고 며칠 후 돌아가셨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후 19년 동안 사회복지의 여러 기관을 다니면서 살아왔지만, 배운 대로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바뀌는 세상에서 적응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만 쌓여갑니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듯한 사회복지의 환경에서 버텨가는 것도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보니 다음과 같이 반복적으로 말씀을 해주십니다.

 

 

누구든지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유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길을 찾기도 힘겨운데, 따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런 상황을 잘 아시고는 비유를 들어 방법을 말씀해 주십니다. ‘셈을 놓아서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내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 임금이 주는 평화협정으로 해결하는 것…’ , 내 것으로는 되지 않지만, 하느님의 것을 가지려고 할 때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기 목숨, 자기 즐거움, 자기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이 주시는 생명, 하느님이 주시는 삶을 가지려고 할 때 제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는 신학교 입학 때부터 매일쇄소응대하면서 배웠던 것입니다. 몬시뇰의 말씀이 다시 귓가에 울립니다.

 

 

배운 대로 살아라.”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 원장 | 이병훈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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