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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바둑이나 장기를 두게 되어도 그렇고, 고스톱을 쳐도 그렇고......

직접 게임에 참가할 때보다 훈수를 두거나 옆에서 지켜볼 때에 게임이 진행되는 흐름이 더 잘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할 일만을 생각하면서도,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정작 보지 못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만, 관전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경기를 냉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슨 일을 할 때에도 자기 힘으로 해내려고 노력하다 보면, 너무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일을 되려 그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옆사람에게 도움도 청해가면서, 흐름을 읽어가면서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내 힘만으로 무엇을 이루어내야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보다는, 조금은 느긋하게 마음먹고 일의 전후와 주변정황을 살피면서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우리는 무려 38년이나 물이 움직이는 못에 들어가서 병을 고쳐보고자 기다렸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예수님께 드리는 애절한 한마디를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혼자의 힘으로 물이 움직이는 곳으로 들어가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몸이 둔하고 중풍이 심해서 물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이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예수님께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며 도움을 청합니다.

 

  자신의 힘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 곁에 있던 예수님께 도움을 청함으로써 뜻밖의 수확을 얻습니다. 그토록 고치고자 했던 병이 낫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내 힘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내고자 발버둥치며 치열하게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때로는 여유를 갖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한계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노력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리를 비워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능력이 우리 삶 안에서 작용하실 수 있도록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내 능력과 힘이 다했을 때, 부족한 것을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을 믿으며,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는 하느님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오늘 중풍병자가 예수님을 만나서 뒤늦게 깨닫게 된 이 진리를 우리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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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el 2020.03.24 10:2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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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다 2020.03.24 10:24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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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 2020.03.24 11:22
    저의 부족함을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을 믿습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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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512 2020.03.24 17:01
    도움을 청하고 기다려 보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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