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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기념하는 성 그레고리오 교황은 '대교황(大敎皇)'이라 일컫는 두세명의 교황 가운데 한분입니다. 특히 그레고리오 성인의 시대로부터 1400여년이나 동떨어진 우리들의 삶에도 성인의 발자취는 깊이 남아있어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달력(*그레고리우스력 이라고 부르는 이 달력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성 그레고리오 교황입니다)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레고리안 성가'라고 부르는 전통라틴성가의 이름도 성인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그 외 각종 전례규정, 교회법, 과학의 진흥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업적을 남기신 그레고리오 성인을 일명 '문화교황'이라고도 부릅니다.

 

  성인은 어떻게 이렇듯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남들보다 배운 것이 많아서일까요? 타고난 출생가문과 교육환경이 특별히 좋아서일까요? 성인이 총명하거나 특출나서일까요?

위의 조건들도 없었다 할 수 없겠지만, 교회와 신자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들을 하나씩 차례로 정비해나가는 안목과 역량을 갖춘 분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도 신자들의 생활을 살피고 그에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목자로서 본인이 수행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궤뚫어보는 마음이야말로 성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덕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저절로 생겨날 수 있을까요? 그런 심성을 지닌 이가 교회의 모든 이들을 돌보는 데에 꼭 필요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길러나갈 수 있었다는게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성인의 생애와 업적은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게 합니다.

 

  성인의 삶에서 보듯, 하느님께서는 숨은 것도 보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그레고리오 교황의 재위기간은 590-604)에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하느님께 의지하며 혼란을 이겨내고 견디며 살도록 역사하셨던 듯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이 어부들을 뽑으시는 장면에서도 그레고리오 성인에게서 느꼈던 것과 같은 하느님의 손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고기잡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받아들이고 따르는 심성, 그것이 참된 능력이 아닐까요?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능력임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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