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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추석때가 가까워지면  '추석선물로 무엇이 가장 받고 싶은가?', '추석선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등의 설문조사내용을 담은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말하기를 추석선물의 진리는 뭐니뭐니해도 현금이며, 레전드는 홍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젊은이들 가운데서는 추석을 부모님 찾아 뵙고 선물 드리는 정도로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명절연휴때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여행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도로정체가 없을 때 부모님 찾아 뵙고 용돈이나 선물도 드리면 된다는 등의 생각이 이런 현상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사실 명절이 '고유의 특별함'을 잃어버린 듯한 것은 사실이기도 한데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불렀던 한가위는 이제 ‘그냥 좀 길게 쉬는 휴일’인 것일까요?

 

  예전 농경사회 시절에는 가족간에, 형제간에, 친지와 이웃간에 무언가 관심과 정을 나누고자 해도 나눌것이 풍족하지 않은 때가 많았습니다. 그에 반해 수확철에 맞는 한가위에는 나눌 것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수확에 감사드리면서 이웃간에 그간 나누지 못했고 전하지 못했던 것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것이 한가위의 참뜻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부모와 자식간에, 형제간에, 이웃간에 그간 나누고 싶어도 못나눴던 것, 비단 물질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나누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들도 많지 않을까요?

  오늘날에는 서로 떨어져 살며 자기 살기 바빠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 각자 살 궁리 하느라 세상 떠나신 부모님을 늘 기억하며 산다기에는 좀 모자라고 죄송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부모님을 위해 형제들이 함께모여 정성을 보태는 것, 서로에게 주어야 마땅한 사랑을 피치 못할 나름의 이유로 주지 못하고 나누지 못했음을 기억하며 이때나마 명절을 핑계삼아서라도 돌려주려고 노력하여 우리가 여전히 ‘가족’이며, ‘형제’요 ‘친지’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자 애쓰는 것 등...... 이런 것들이 수확철의 풍요로움 속에서 ‘사랑의 나눔’을 통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도록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에 드리는 신앙인의 자연스러운 응답일 것입니다.

 

  경제적 부담, 명절치레 가운데서 겪는 시집살이, 형제간의 갈등 등 이런 명절의 참의미를 훼손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 가족으로, 형제로 대하고 그에 합당한 사랑을 전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는지는 항상 되물어보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이번 명절은 그 의미도 더욱 퇴색되고, 우리 마음 속에서도 자연의 섭리를 통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더욱 쉽게 잊혀질 수 있는 듯 합니다. 현실적으로 제약과 어려움이 많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부러 건네는 전화 한 통이 되든, 세상을 떠나신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는 정성스런 표현이 되든, 형제, 친지들에게 못다주었던 정을 조금더 적극적으로 전하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 연휴라는 시간을 활용할 줄 아는’ 신앙인다운 명절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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