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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초등학생 시절을 돌이켜 보면, 친구들을 생일잔치에 초대하기도 하고 친구들 생일잔치에 초대받아서 가기도 합니다. 생일잔치에 가면, 주인공은 부모님이 준비해주신 잔치상에 앉아서 고깔을 쓰고 생일케잌에 얹혀 있는 생일촛불을 끄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준비된 음식을 초대받은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먹으면서 선물도 개봉하고 축하인사도 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무엇보다 생일잔치에 가면 평소에 집에서나 학교에서 잘 먹지 못하는 음식,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이 차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잔치에 초대받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생일잔치를 여는 주인공은 과연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부를 만한 사람들, 자리를 함께 하고 싶은 친구, 축하받고 싶은 친구, 선물을 받고 싶은 친구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초대받은 친구들은 이 초대에 응하면서 그냥 가지 않습니다. 선물을 준비하고, 무엇보다도 단정한 옷차림으로 생일잔치에 갑니다. 초대받았다는 것은 특별히 선별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그 뜻에 부응하는 표시로써 준비된 마음가짐과 자세로 참석한다는 표시를 '단정하고 깨끗한 옷차림' 즉 ‘예복’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의 잔치에 우선적으로 초대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오만함에 대해서 질책하십니다. 구세주를 보내주시고, 가장 먼저 구원받을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던 이스라엘이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십자가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실 하느님의 뜻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 백성, 곧 교회가 이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여러분은 모두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은 새 백성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베풀어질 잔치를 이 땅에서 거행하는 성체성사의 놀라운 신비에 참여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뜻에 부응하는 삶을 통해서 세상 안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도록 부르심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과연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로 부르시는 초대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까? 오늘 복음말씀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그 초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쉽게 밭에 가거나, 장사하러 가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초대받은 사람들이 이 잔치에 초대받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가장 큰 이유는 초대한 자가 자기들을 죽일 수도 있고 손발을 묶어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는 임금이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분이며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라고 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분이야말로 우리의 생명과 모든 것을 당신 뜻대로 하실 수 있는 분임을 의식하는 것이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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