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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뚫린 입이라고 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도 심심찮게 지키지 못하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인간이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말을 할 줄 아는 것만이 언어의 기능의 전부는 아닙니다. 필요할 때에 말하고, 필요치 않을 때에 말하지 않는 것이 조화롭게 수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귀가 열려있다고 해서 다 제대로 듣는 것이 아니죠. 들을 것과 듣지 않아야 할 것을 가릴 줄 알아야 진정으로 귀가 열려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귀먹은 이는 예수님으로 인해서 귀가 열립니다. 그는 단순히 고통과 질병에서 해방된 것이 아니라, 여태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한 새로운 것을 알았습니다 : 곧 사람을, 세상을, 하느님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듣게 된 것입니다.

  그가 장애를 지녔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모든 사람이 그러하리라 단정하며 살았을지도 모를 귀먹은 이는 여태껏 혼자만의 생각으로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했고 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을 예수님께 데려가주었던 사람들의 걱정어린 마음과 관심, 자신과 함께 기뻐하는 이들의 음성 - 어쩌면 이전까지는 듣을 수 없다고 여겼던 사람들의 다른 음성 - 을 들었습니다.

 

또한 귀먹은 사람이 귀가 열렸을 때 맨먼저 듣게 된 것은 예수님의 음성입니다. 그것은 지금껏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당하여 힘겨웠던 이에게 외치는 ‘서로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계명이요,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예수님의 따스한 마음이며, 자신의 고통을 벗겨주는 예수님의 구원의 말씀입니다 : ‘에파타’라는 짧은 말씀에 담긴 뜻입니다. 그는 이 모두를 알아들었습니다.

 

  열린 입과 열린 귀를 제대로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도 그러하지 못하기에,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귀로 듣는 말은 행복보다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줄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지어내실 때에 열어두신 우리의 입과 귀,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이 고통의 원인이 되지 않고 행복의 근원이 되도록 선용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이번 주부터 새로 시작하는 예비신자 교리반에 오실 분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시즌에 접어든 지도 제법 오래 되었죠.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 의무를 지키는 데서나 신앙인으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을 줄로 압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열 분 가량의 이웃을 신앙에로 초대하여 인도하는 결실을 맺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복음을 전함에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듣고 말할 줄 아는 능력'을 잘 선용하고자 애쓰는 분들과 한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저도 힘이 좀 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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