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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매우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하다 못해 집에서 기르는 개가 강아지를 낳은 것만 보고서도 사람들은 매우 신기해하고, 기뻐합니다. 아들이나 딸, 조카나 손자, 손녀가 태어나는 것을 보고 모두 기뻐하듯이, 나와 관련있는 누군가의 태어남은 우리에게 기쁨이 됩니다. 나 또한 태어남으로써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었을 것입니다.

 

  오늘은 성모 마리아의 탄생 축일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복음은 성모님의 탄생을 언급한 부분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 어떤 사람들의 생애가 있었던가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혹은 성모님이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가 아니셨더라면, 성모님의 탄생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며 축일을 지내며 기뻐할 만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성모님의 탄생이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기념할 만한 일이 되고 기쁜 일이 되듯이, 우리의 태어남도 부모님이나 자녀의 삶과 관계가 있지 않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가 내 부모이고 내 자녀이며, 내 가족이고 이웃이며 형제와 자매인지는 중요합니다. 가까운 이웃, 형제, 깊은 관련이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보고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맞아, 예수님의 족보는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이웃이 그저 내가 좋아서 선택하는 존재, 나 혼자 살기에는 힘드니까 그냥 곁에 세워두는 인형같은 존재가 결코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들로 인해서 내 삶이 더 의미있게 변할 수도, 그 반대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로 인해서 내가 태어나면서 죽기까지의 삶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더 큰 기쁨과 보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브라함에서부터 요셉과 마리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이어져 온 덕분에 하느님의 약속하신 구세주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고, 그 어머니 마리아 또한 공경받습니다. 우리의 부모님과 조상님들 뿐만 아니라, 여러분과 지금 함께 머물고 있고 곁에 앉아있는 이 동료들이 여러분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맙시다.

  예수님을 낳아서 우리의 구원에 도움을 주신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기뻐하듯이, 내 가족과 동료들이 살아있고 나와 함께 있음에도 기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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