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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어제의 성 십자가 현양축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하고, 그 십자가를 통해 우리에게 구원과 영원한 생명이 주어졌음을 기뻐하는 날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인 오늘은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일생을 예수님을 위해 헌신하신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수많은 고통들을 묵상하면서, 성모님이 그 고통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를 생각하고 또한 그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하고자 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바로 아래에 서 계십니다. 사실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할 때에, 시온이라는 노인이 성모님을 두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창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루카 2,34-45)

  실제로 성모님은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배척받고 외면당하는 것을 보시고 무척이나 마음아파하셨을 것입니다. 아들이 십자가에 못박혀 중죄인 취급당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시는 그 마음은 진짜로 칼로 베는 듯이 아팠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예수님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주님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세상에서 가장 겸허하고 스스로를 낮춘 모습으로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의 발치’에 성모님은 서 계십니다. 더 낮은 위치자리하고 계십니다. 마음이 아파도 항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십니다. 사랑하는 분의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우리 모든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의 은총을 가장 많이 받은 분으로 칭송을 받고, 우리 신앙의 가장 좋은 모범으로 공경받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모님께서 마음으로부터 당하신 수많은 고통을 생각하면서, 특별히 성모님의 이러한 겸손함과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주님의 곁을 떠나지 않는 자세를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감당하기에 어려운 일이라고 해서 그 짐을 남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성령께서 내 부족함을 채워주시기를 청하며 주님께 매달리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성모님처럼 예수님의 십자가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과 생명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주님의 산 증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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