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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신부가 본당에서 사목책임자로 일하게 되면, 교우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무엇이 필요한지를 발견하고 교우들에게 조언을 하다보면 ‘잔소리’가 늘기 쉽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알면서도 교우들의 단점을 더 쉽게 보게 되기도 하고, 그 부족함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 채 살아가는 과정이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적어도 '잔소리꾼'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더불어 살아가는 본당의 교우들 개개인이나 공동체 전체를 두고서 '함께하기에 부끄러운 존재'로 여긴다면, 그 신부가 아무리 일을 잘 하고 교우들에게 필요한 것을 잘 알아낸다 할지라도 교우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행복하다 여길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목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교우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와 그 상황, 내가 추구하는 종교적 신념 등 스스로 몸담고 있는 바로 그것 - 어떤 때에는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그 무엇 - 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이는 상당히 모순적인 행동이며 또한 불행한 일일 것입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못났다 하여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한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 기다려 주는 인내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모습까지 성장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대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인데, 우리의 신앙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순교자들이 신앙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강요하는 억압과 유혹에 맞서 사셨던 분들임을 통해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루카 9,26)

  이 말씀을 들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떠올려 봅니다.

- 나는 나의 신앙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혹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앙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품지 않았던가?

- 얼마나 나의 신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신앙의 가치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부족한 나의 행동으로 인해, 신앙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처럼 보이게 하지는 않았던가?

- 나는 '참된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으로 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이를 떳떳이 지키며 살아갈 만한 원의를 가지고 있는가?

 

  한 때, 한국사회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중에 가장 개종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천주교 신자라고들 할 때가 있었습니다. 유사종교에 가장 쉽게 빠지고 그래서 타종교나 유사종교에서 전도의 대상으로 쉽게 점찍히는 사람 역시 천주교 신자들이 많다고도 합니다. 사람이 선하고 좋은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는 식의 모습이 때로는 다른 유혹이나 고민, 압력 등에 쉽게 굴복하며 신앙으로 비롯되는 것들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처럼 행동해 버리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아 보이는 것도 결국 천주교 신자들이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각자와 공동체 자체가 견지하고 또 드러낼 필요가 있는 자부심, 곧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사실에대한 자부심, 우리가 예수님처럼 되고자 하는 목표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좋은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이렇듯 신앙을 위해 때로는 이와 대치되는 다른 것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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