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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우리민족에게 가장 큰 명절은 무엇일까요? 방송에서 소위 '민족의 대이동'을 중계하면서 항상 설날은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를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번은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왜 한가위가 가장 큰 명절일까?

  농업을 국가경제의 기반으로 생각했던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추측해봅니다. 농업만이 중시되던 가운데 이루어지는 추수행위는 일년중 가장 풍요로운 때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날이 중요했겠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조상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면 추수를 통해 얻는 풍족함이 특별한 일로 다가오지 않았을텐데, 그만큼 풍요로움을 갈망했으며 바꿔 말하면 평소에는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합니다. 그냥 물질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에 한가위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가위가 되면 추수를 통해 얻은 결실들을 보고 흐뭇해합니다. 자신이 땀흘린 수고의 보람을 느끼는 그런 흐뭇함이 묻어납니다. 

  또 평소에는 나누고 싶어도 나눌것이 없어 안타까웠지만, 한가위에는 서로 나눌 것이 있기에 서로간에 주고받는 정(情)이 있습니다. 그런 영적, 정신적 나눔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의 표현일 것입니다.

  추수하기까지 일손을 거들어준 사람들에서부터 소출을 내어준 땅, 햇빛, 빗물 등의 고마운 존재들이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허리를 굽히고 힘들고 고생스럽게 일할 때는 몰랐지만, 허리를 펴고 넓은 들녘을 바라볼때에는 비로소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느낌을 늘 잊지 않고 살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일 것입니다.

 

  비록 사는 모습이 달라졌지만, 선조들이 행했던 이 한가위의 체험을 잃어버리지 않고 되살리는 것이 오늘 이 명절을 뜻깊게 보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조상들이 한가위에나마 느꼈던 물질적, 영적 풍요로움을 맛보지 못했다면 우리 또한 그것들을 항상 갈구하면서도 잘 얻지 못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풍요로움을 갈망하는 마음, 작은 것이나마 나눌줄 아는 서로간의 정겨움,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이것이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뜻깊게 보내는 한가위의 필수품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통해 그 섭리 안에 깃들어 있는 하느님의 뜻, 곧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보살피심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필수품들과 함께, 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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