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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는 벙어리마귀를 쫓아내는 기적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의심하며 수군대는 군중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예수님의 기적에 관한 소식을 접한 적이 있을 터이고, 자기 눈으로 직접 그 놀라운 일을 보았으면서도 사람들은 그분을 믿지 않습니다. 의심할 뿐만 아니라 시기심과 질투에 찬 듯한 모습도 엿보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능력이 악마의 힘을 빌린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기적을 요구하면서 그분의 속을 떠보려고 시험하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단박에 알아차리십니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그들의 한심한 생각을 나무라시기는커녕 그들이 바로 예수님께서 몸소 선포하신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접한 복된 이들, 당신과 한 집안에 묵고 있는 이들이라고 일러주십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당신이 행하시는 일, 당신을 보내주신 아버지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일에 충실하고자 노력하십니다. 우리가 주님으로 고백하는 분께서 파견된 자, 특히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의 유익함을 위해서 임무를 받은 자의 모범이 되어 주십니다.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우치고 알려주시는 데에 혼신의 힘을 쏟으십니다. 

 

  우리가 더불어 만나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가족, 이웃, 공동체의 일원들은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거나 지치게 하고, 나와 부딪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로 인해 신앙의 기쁨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여겨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구원을 향한 여정의 동반자나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훼방을 놓거나 걸림돌 같은 존재로 여겨질 때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어쩌면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를 인간적 갈등이나 그로 인한 상처가 신앙인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을 갉아먹기도 하고 시험에 들도록 유혹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형제와 이웃을 그저 '내 신앙생활의 환경', '나의 구원여정에 영향을 주는 주변인' 등과 같이 "나의 삶" 중심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우리 자신의 편협한 시선이 그 유혹의 소지를 더욱 크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폄하하고 시험하듯 대하는 여느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그들이 지켜온 믿음과 전통이 도전을 받는다 여길 때에 보였던 표양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 어울리지 않듯이 말입니다. 

 

  이러할 때에, 그저 '내 곁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구원의 길로 인도하고자 서로 돌보아주어야 할 사람'으로 그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내가 우월하거나 더 성숙하고 거룩해서 이끌어준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웃 역시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의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임을 같이 생각한다면 내가 신앙인으로서 해나가야 할 것, 간직해야 할 마음가짐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적어도 줄여줄 수는 있고, 이것이 더 나아가 상처에서 비롯되는 유혹으로부터 서로를 지켜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모범이며 희망이신 예수님께서 당신을 모함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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