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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성탄이 한 주 정도 앞으로 다가온 이 날, 교회의 전례는 예수님의 족보에 관한 말씀을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 구약에 예언된 대로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다는 것, 곧 예언이 예수님을 통해 성취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립니다. 그런데 이 족보 안에 거명된 이름은 거룩하고 존경스러운 이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윗이 하느님의 뜻을 잠시 거스른 때에 아내로 맞아들인 여인에게서 난 아들(솔로몬)도 등장하고, 하느님께 반역하거나 불충실한 임금들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사이에서 유대감이 끊어진 모습, 심각하게 타락한 모습, 죄와 죽음 등으로 얼룩진 역사를 거쳐서 예수님께서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 인간에게 충실하셨습니다. 언제나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시며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셨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실수와 배반, 몰락과 타락, 패망과 좌절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미셨습니다. 그러므로 고결하지 못한 조상들의 이름 가운데서도 여전히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손길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게 이름들만 나열되던 족보는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러 마침내 강렬한 빛을 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인간의 비참함은 위대함으로, 어두웠던 세상은 찬란한 빛의 세계로 탈바꿈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인성을 취하신 하느님의 육화강생으로 인한 은총입니다.

  이는 오늘도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일입니다. 인간의 숱한 죄와 깊은 상처 그 사이로 하느님께서 육화하십니다. 절망적이고 비참한 우리 인간 세상으로 하느님께서 강생(降生)하십니다. 우리 인간의 죽음을 딛고 하느님께서 살아나십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우리 인간과 더불어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역사를 다시금 써내려 가십니다.

 

  내 눈앞의 일이,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의 이웃이, 이 사회가 부족하고 모자람이 있어 성미에 차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완전하지 못함으로 인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내미시는 손길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듯이, 그렇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가시는 시간도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홀로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길 안에서, 그분과 함께 기쁨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족보의 시간을 바라보며 기억해내고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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