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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권위가 이런 인간적인 힘에서 온 것이 아님을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해줍니다 :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마르 1,24)

 

  거룩함이란 ‘속(俗)되지 않은 것’, ‘더럽지 않은 것’이며 하느님의 속성인 거룩함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룩한 것은 더러운 것, 속된 것, 영원하지 못한 것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더러운 영이 예수님을 보자마자 당신은 우리와 상관없는 분이라며 소리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거룩함은 더러운 것을 이깁니다. 바로 거룩함 그 자체에 이같은 힘과 권위가 있습니다. 더러운 영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람에게서 나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운 일을 행하는 카리스마를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힘의 원천인 그 거룩함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그 거룩함을 닮는 것, 그래서 더러운 것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있는 자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 신앙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매순간 반드시 ‘예수님과 상관있는 사람’으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더러운 영은 예수님을 보고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라고 했지만, 우리는 거룩한 사람이기에 예수님과 깊은 상관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평일미사를 봉헌하면서 간호 교우들 가운데 이러한 분들을 뵌 적이 있습니다. 미사에 참례하러 오신 자매님들이나 연세많으신 교우들께서 미사 전에 묵주기도를 바치다가, 미사가 시작되었는데도 여전히 남은 기도를 마저 하시는 분들 말입니다. 기도하시는 것은 좋지만, 내가 무엇을 한다는 것 이전에 예수님의 현존을 의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어떤 분들은 묵주를 늘 한 손에 들고 다니시는데, 주머니나 가방 속에는 부적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차량운전을 할 때에나 먼 길을 떠날 때에 먼저 안전과 평화를 빌며 기도하는 관습이 있는데, 차량에는 십자가나 묵주를 걸어놓고서는 안전과 평화를 바라는 사람답지 않은 운전습관이나 말솜씨를 뽐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예시들은 예수님의 카리스마적인 행적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예수님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그분이 내게 중요한 분이기 때문에 예수님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그분의 거룩함을 닮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장애되는 것을 과감히 물리칠 수 있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현실적인 도움을 바라는 것 이전에, 예수님의 거룩함을 닮으려고 노력합시다. 속된 것을 물리치고 이겨낼 수 있는 힘과 권위도 더불어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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