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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요한 복음은 13장에서 최후의 만찬 이야기를 적은 다음에 14장부터 17장까지에 걸쳐 예수님의 가르침을 일종의 ‘고별사(告別辭)’의 형태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 가운데 15장에 나오는 일명 ‘포도나무의 비유’ 말씀입니다.

  오늘의 말씀 가운데에서 이 말씀이 여러분께는 어떤 느낌으로 들리는지 궁금합니다 :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좋은 말로 할 때 알아서 잘 하라는 협박으로 들립니까?

  아니면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식으로 냉담한 마음으로 듣게 됩니까?

  혹은 정말로 예수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정말 그분께서 함께해주시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일어납니까?

 

  위의 말씀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15,4)고 당부하셨습니다. 당신과의 온전한 일치 안에서 살아갈 때에 구원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는 위로와 약속의 말씀이네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우리는 니뭇가지는 나무에 속해 있을 뿐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진리를 우리의 삶 안에서 적용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심할 때도 많습니다. 가지가 나무를 지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지를 존속시킨다는 사실처럼 우리 모든 신앙인들이 바라는 구원,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수고를 합당한 결실이 되게끔 지탱해주시는 하느님의 힘과 은총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열매를 맺도록 해주시는 하느님께 승복하여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라야, 욕심이나 두려움, 게으름 등의 열매가 아닌, 참된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가지가 나무에 대충 매달려있듯 그렇게 엉성하게 하느님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붙어있어야 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그 분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고 고백합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15,5)며 우리의 앞길을 걱정하신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신앙인의 응답입니다. 우리의 응답도 이와 같기를 바라며 오늘이라는 시간도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순간의 연속이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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