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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로마의 사도’로 불리는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로마의 사도’라고도 불리는 성인은 젊은 시절에 베네딕토회 몬테카시노 수도원을 방문하였을 때, 수도자들의 가난한 삶을 보고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인은 성경말씀 가운데서도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4)는 구절을 자주 묵상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아 큰 사업가로 살아가기를 포기하고는 로마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합니다.

 

  그러다가 3년만에 학업을 포기하고, 책을 팔아 - 당시에는 책이 엄청나게 귀한 물건이었기에 값이 비쌌습니다 - 얻은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이후 본격적인 선교활동에 나섭니다. 그는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자를 맞이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전개합니다. 그와 함께 일하던 신부의 제안으로 36살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제품을 받게 됩니다.

  성인은 수도 생활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자 그와 뜻을 함께하는 사제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오라토리오(Oratorio)’라고 하는 작은 방에 모여 본격적으로 고해성사와 청년 사목에 주력했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하는 빈민층의 청년들 - 오늘날의 청소년 - 은 특히 성인의 관심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최근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가장 마음이 아픈 대상은 가난한 이들과 아이들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필립보 네리 성인의 축일임을 기억하다 보니 어린아이들과 젊은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갑니다.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교우와 이웃들의 소식 중에도 대학입시나 교육과정에서 혼선을 몸소 겪으며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고, 교회가 5월의 마지막 주일을 청소년주일(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주일)로 지낸다는 사실도 함께 떠오릅니다.

  필립보 네리 성인을 통해 젊은이들을 돌보는 특별한 은총을 베푸신 하느님의 사랑이 오늘날 이때에도 더욱 절실함을 되새기며 그 은총을 기도 중에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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