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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시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목격한 이들 가운데 적잖은 사람들이 과연 예수님께서는 이제까지의 모든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실 것이라 여길 만큼, 예수님의 언행은 매우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모습, 개혁적인 모습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계명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내용을 들추어 내셨습니다.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인지를 설명하는 '율법의 형식적 요소'에 가려질 수 있었던 본질,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크신 사랑을 보여주고 기억하는 것에 주목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가장 큰 계명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구원하시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으시고 지키시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그냥 넙죽 받아먹기만 하는 것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에) 이웃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임을 압니다. 그럼에도 계명을 지키지 못해 죄인이 되어 버리거나 혹은 계명의 형식과 틀에 갇혀서 하느님의 은총을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유대인들처럼, 간혹 우리가 겪는 시련이나 원치 않는 결과를 두고 곧 내가 잘못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응징하고 벌을 주시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 혹은 나에게 일어나는 결과만을 두고서 좁은 시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폄하하거나 왜곡해버리는 이런 생각을 경계해야 합니다. 시련이 따르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그것을 하느님의 징벌로 결론지음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쉽게 왜곡해버림으로써 '시련의 결과에도 담겨 있을 하느님의 섭리의 심오함'을 깨닫기 위해 노력해야 할 자신의 의무와 노력을 게을리할 핑계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기본에 충실함'이 하느님의 법을 지키고 깨닫는 데에도 필요함을 잘 기억합시다. 사실 파격적으로 보였던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도 바로 이 '기본에 충실함'이 핵심적인 믿음의 자세였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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