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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우리는 바다와 하늘의 빛깔을 모두 '푸른색'이라고 말합니다. 햇살 영롱한 때의 푸른 바다의 빛깔은 참 싱그럽고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데 같은 '푸른색' 계열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자신의 색깔을 가꾸고 지키는 방법은 정반대입니다. 바다는 자신의 색을 간직하고 드러내기 위해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강물과 빗물처럼 어디선가부터 흘러들어오는 것들을 모두 받아들입니다. 이에 반해 하늘은 자신의 고유한 색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비를 땅에다 뿌리면서 구름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같은 푸른색을 간직하기 위해 바다는 받아들이고, 하늘은 버립니다.

  그런데 사람도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은 버립니다. 물건도 자기에게 유익한 것은 받아들입니다. 필요없는 것, 해로운 것은 버립니다. 때로는 진짜로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헷갈려 하면서도 받아들이거나 버리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물질적인 것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과 호의처럼 좋은 것은 잘 받아들이지만, 누군가 나에게 나쁜 마음을 먹고 해코지한다고 여긴다면 그 마음과 행동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물질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수없이 많은 '받아들임과 버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자기의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은 '미워해야'(과거의 성경 번역으로는 '버려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서 돌아가신 것은 우리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파스카 신비 또한 '우리의 목숨을 얻기 위해' 수난을 겪도록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시며 당신의 목숨을 버린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 있을 만큼은 아니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더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십자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내가 가진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십자가를 진다는 것, 받아들인다는 것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십자가는 인류구원을 위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수님께서 짊어지신 고통의 상징입니다. 불만족스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은 매일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하필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왜 이런 사람을 만나 고생하는가? 이런 고민에 빠질 때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세상 구원을 위해, 나의 구원을 위해서 그러한 고통들을 기꺼이 맞아들이길 원하십니다.

  한편으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나, 내 친구들이나 이웃사람들과 내가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것을 내 것으로 생각하며 움켜쥐려고만 한다면 하느님과 나와의 순수한 만남은 어려워집니다. 가장 소중한 하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방해되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주어진 상황이나 지나간 일에 대해서 넋두리하는 사람보단 역경을 견디며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삶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됩니다. 십자가는 단순히 고통스러운 사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발전을 가져다주는 자극입니다. 올바른 받아들임과 버림이 병행되는 삶이 우리의 삶이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주님께서 주신 십자가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우리 안에 함께 숨쉬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우리의 참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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