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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옛날에 어떤 선교사가 배를 타고 먼 곳으로 선교를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만 폭풍을 만났습니다. 배가 여러군데 부서져서 더이상 항해를 계속해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와 뱃사람들은 휴식도 취하고 배도 수리할 겸 근처에 있는 큰 섬으로 갔습니다. 선교사는 배가 수리되는 동안 그곳에서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야할 목적지가 있기에 그곳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습니다. 배 수리가 끝나자 선교사는 그 섬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곳 사람들이 선교사에게 “당신이 가르쳐준 그 예수님께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선교사는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건성으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목적지를 향해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성당도 많이 짓고, 많은 사람들을 영세시켰습니다. 선교지에서 그 선교사는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서 선교사는 이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가던 중 그는 옛날 폭풍 때문에 잠시 머물렀던 그 섬이 생각이 나서 들리게 되었습니다. 섬 근처에 큰 배를 대고 작은 보트로 갈아타려고 하는 중에 그 배를 향해 다가오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배를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물위를 걸어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선교사에게 다가온 그들은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기도 가운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까지 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저희가 기도를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선교사님이 다시 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선교사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정말 사심없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며, 하느님을 믿고 그 믿음을 삶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선교사는 성당과 신자들의 순자를 늘리기에 정신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는 그들에게 "지금처럼 그렇게 기도하십시오."라고 말하고 고향으로 떠나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올라가십니다. 밤을 새우시며 하느님께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 그 가운데 열둘을 특별히 뽑아 사도로 세우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산에서 내려오셔서 여러지방에서 모여온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십니다. 그들은 삶에서 무엇인가가 결여된, 무엇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몸과 마음에 병이 걸린 사람들입니다. 더러는 악령 때문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셨고, 고쳐 주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기도는 세상이나 일상에서 단절된 특별행위나 이벤트가 아니며, 마술이나 복을 빌기 위한 수단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헛된 바램이나 망상 따위는 더더욱 아닙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진솔한 대화이며, 하느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찾아나서는 여행과 같은 것입니다. 기도는 자기 안에 갇혀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 속에 숨어서 자기만 즐겁고 행복하지는 것이 아닙니다.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때 기도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바치는 기도가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와 활력소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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