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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 고향은 대구광역시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대구 인근을 벗어나 살아본 곳이라고는 중국의 3대도시라 일컫는 북경,상해,광주시가 전부입니다. 이만하면 촌놈이 출세했지요?

  저 어릴 때만 해도 대구하면 떠올리는 것이 사과였습니다. 특히 가을,겨울철 저녁이면 사과를 한 바구니 가득 담아놓고 TV 보면서 몇 개씩 깎아먹곤 했습니다.  예전에는 대구 사과가 그렇게 유명했습니다만, 지금 대구 인근에 사과농사 짓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요즘같이 사과값이 비싼 때에, 어릴때처럼 사과 한바구니씩 끼고 앉아 저녁마다 깎아먹는다면 어머니한테 등짝을 실컷 맞을 지도 모릅니다.

  대구의 명물이었던 사과가 사라진 이유, 바로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입니다. 오존층의 파괴, 나아가 온난화의 진행으로 인해 농사짓는 것이나 서식하는 짐승, 물고기 잡히는 것까지 달라지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도 생기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대형감염 사태가 점점 잦아지는 것도 이와 같은 생태계변화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태의 변화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겪게 되는 것은 이것은 자연이 깨끗한 본래의 상태를 회복하는 자정(自淨)’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자연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정도가 자연의 자정능력보다 훨씬 급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히 자연은 자정(自淨)’ 작용 합니다. , 공기, 땅이 사람의 손에 오염이 된다거나 영양분을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물의 흐름과 대기의 움직임, 생물들의 호흡과 활동 등을 통해서 본래의 깨끗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자연은 본래의 깨끗함을 지향하는존재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자연이 정말 깨끗하게 정화되어 본래의 모습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문제가 있습니다. 인류는 심지어 물과 공기가 오염된 곳에서 살아 그 폐해를 겪으면서도, 삶의 터전을 깨끗하게 보존하기 위해 조금 더 불편하게 살기 싫어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더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고 싶어하고, 그 공기와 물을 좀 더 많이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으로 집짓고, 토지를 개발하는 등의 행동으로 더욱 자연을 훼손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어쩌면 이 세상 안에서 스스로를 정화하고 깨끗해질 수 있는 자정(自淨)’ 능력이 가장 결여된 존재는 바로 우리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연과 세상을 더럽힌 것도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 죄악이지만, 그속에서 더러워진 자신을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존재 또한 사람인 듯 합니다.

  그래도 자정(自淨)’ 능력이 결여된 그 사람을 너무도 사랑하시기에 예수님은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예수님의 썩는 육신과 함께 온갖 죄악도 함께 썩어 없어지게 하셨고, 세상과 모든 사람들을 부활의 신비로운 힘으로 깨끗하게 해주셨습니다. 또한 파스카의 신비를 통해 보여진 위대한 사랑을 본받는 이들을 통해 죄악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깨끗하게 정화시켜나갈 힘을 우리 사람에게 주셨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누구나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자연을 아끼려고 노력하듯, 우리도 회개(悔改)’ 곧 하느님께서 지어주신 본래의 선하고 깨끗한 인간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속(補贖)’ 즉 훼손된 것을 되돌려놓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과, 그분의 영광스러운 부활로 말미암아 새 인간으로 정화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를 믿고 바라며,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할 줄 아는 신앙인들은 죄악을 멀리하고,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파스카의 신비를 몸소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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