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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열 두 사도의 명단이 등장합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하나의 집단인데 굳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거명한다는 것은 이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에도 하느님께서는 교회공동체를 구성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고자 하십니다. 사도(使徒)들이 선발된 이들이듯, 우리들도 주님의 선택받은 자녀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도들 곧 사명(使命)을 수행할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이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도 주셨습니다. 능력이나 권한이 부족했기에 이를 보충해 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들의 선발 기준이 능력이나 권한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능력과 권한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수 있고, 선발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사명을 받고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이 무언가가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복음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이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 그것은 ‘주님께서 사명을 부여해주셨을 때에 이를 수행해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믿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얼마만큼의 범주에 해당하는 지역을 돌아보고 오라고도 하지 않으시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라고도 하지 않으시며, 몇 명의 병자를 고치거나 어떤 기적을 얼마만큼 행하라는 구체적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열매를 거두거나 사명수행의 결과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것이니, 그저 결과보다는 사명에 대한 열성을 갖춘 이들이 주어진 능력과 권한을 최대한 선용(善用)할 수 있을 것임을 염두에 두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이런 연유로 사도로 뽑힌 이들의 신분과 경력, 능력이 보잘 것 없기까지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성공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는 노력에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는지 혹은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믿는 이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하기보다 ’하느님께서 해야 한다고 제시하시는 일‘을 먼저 행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나를 불러주신 분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나를 사랑하여 이런 기회에로 불러주신 하느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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