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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적어도 십수년 전부터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Leadership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Leader가 되라고 독려하면서 교육하는 시대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리더십에 주목하게 되었을까요? 각 사회에 진정한 리더가 더 많이 필요해진 반면에 실제로는 리더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더 성숙해져야 할 정치적 환경과 문화, 진정으로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큰 현실에 대한 실망과 고충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안에서 '리더'라는 개념이 ‘신뢰와 권위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나 영향력을 지닌 사람’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어서, 남들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서서 일하고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조직이나 공동체 안에 리더가 필요하다면 리더십은 중요시하고 가르치면서, 정작 리더를 중심으로 함께 공동체를 운영해가야 할 Follower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함께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리더가 역량을 발휘하고 공동체나 조직을 잘 이끌어 가려면, 리더가 가진 비전을 잘 헤아리고 이끄는 데에 따라서 제시된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는 팔로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Followership을 이해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구성원(팔로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나의 꿈’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공동체’를 위한 목표로 ‘인도하는’ 때에 비로소 참된 리더가 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리더로서의 책임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먼저 견실한 팔로워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신앙생활은 우리의 삶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시는 주 하느님의 팔로워로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그에 필요한 성실성, 공동체를 함께 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추도록 도와줍니다. 이 점을 오늘 전례의 독서와 복음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 그러하듯,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목자로 당신을 드러내신다'고 말합니다. 주 예수님을 목자로, 우리 삶의 인도자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분의 이끄심을 따르는 그분의 양떼가 됩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을 가야 하는 우리의 목자요 인도자이신 주님을 따르는 팔로워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면, 사람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한지, 곧 인간의 구원이 무엇인지를 더욱 잘 알게 되지 않을까요? 또한 그 과정이 곧 신앙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신앙인이 때로 발휘해야 할 리더십은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하는 것이기에, 하느님을 더 잘 아는 사람, 하느님의 뜻을 잘 헤아리는 사람, 하느님의 계명을 잘 실천할 구체적 방법을 깨달은 사람들 곧 견실한 팔로워들을 통해 배양되는 능력이며 자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우들께서 목자의 양치기인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사제를 위해 기도해 주십니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 기도합니까? 그저 리더가 하는 일이 잘 되라고 기도해야 합니까? 아프지 말고 건강하도록, 부질없는 짓이나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혹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하거나 무난하게 잘 지내라고 기도합니까? 이것들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 정작 필요한 것은 '리더와 함께하는 공동체', 바꿔 말하면 팔로워로서의 내가 리더로서의 그와 함께하는 우리 공동체 모두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을 구하며 바치는 기도여야 할 것입니다. 타인을 위한 기도가 나를 위한 기도일 수 있음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보잘 것 없이 여기는 사람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한 마리의 양, 한 명의 신앙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리더의 자질을 함양해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모든 역할과 계명을 한 명의 개인이 다 수행해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마음과 생각에서만큼은 그리고 여러 사람과의 협력을 통해서 다 이루어내고자 하는 능동적인 의식만큼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도를 한 번 바쳐도, 성경을 단 한 줄을 읽어도, 주일미사에만 참례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목자이신 주님께서 우리 삶을 인도하시는 방법 곧 하느님의 리더십이 드러나는 자리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분을 우리의 리더로 여기고 섬기는 팔로워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과 능동적 자세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웃과 특히 자녀들에게도 이 점을 잘 가르쳐주고, 신앙 곧 '거룩한 Followership'에서 자연스레 '거룩한 Leadership'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자 노력하는 공동체를 이루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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