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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기도할 때에는 곁에 촛불이 있습니다. 담배를 태울 때에도 불이 필요합니다. 밥을 지으려고 해도 불이 있어야 합니다.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불씨가 있어야 하고, 불이 피어나도록 해주는 연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불 말고 다른 불은 있을까요?

  이따금씩 자식들이 말을 듣지 않아 속에서 나는 ‘열불’이 있습니다. 답답하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에 나는 ‘천불’도 있습니다.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 사랑이 북받쳐오를 때에 일어나는 뜨거운 열기도 있습니다. 마음 속에도 이같은 불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정의감과 책임감,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불과 같이 뜨거운 마음을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속에 심어두신 사랑의 불씨, 양심의 불씨, 정의감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하시려고 몸소 사람이 되어 오셨습니다. 그러면 세상 창조때부터 우리 안에 마련해두신 이 불씨에 불이 붙어 타오르게 하시기 위해 마련하신 연료는 무엇일까요?

  바로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이며, 이 빠스카의 신비를 통해 우리를 찾아오시는 성령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고자 노력하는 순간, 사랑과 정의와 양심, 정직함의 불씨들은 우리 마음 안에서 자극을 받아 우리의 삶 안에서 활활 타오르며 그 열기를 내뿜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죄와 유혹에서 굴복하고 타협하여 살고자 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신 불씨들이 꺼져가고, 그로 인해 죄악의 그늘 아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세상 곳곳에서 죄악과의 싸움, 크고 작은 유혹과의 싸움을 계속해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할 줄 아는 여러분, 나도 힘들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돕고자 손을 내밀줄 아는 여러분,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만 뼈저린 통회로 주님께 용서를 청하며 새 삶을 살아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여러분이 바로 세상 안에서 죄악과 싸워나가며 하느님 나라, 성령의 나라를 건설하는 하느님의 ‘교회’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끊임없는 회개와 사랑의 길로 인도하시는 분은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체성사를 이루심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듣도록 귀를 열어주심으로써, 기도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을 인도하심으로써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성령의 불이 온땅에서 타오르게 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열불, 천불처럼 다른 이들을 마음아프고 가슴졸이게 하는 불이 아니라, 사랑의 불, 평화의 불, 양심의 불, 정의의 불을 우리를 통해 피우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시어 세상이 정의와 평화가 흘러넘치는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되도록, 우리 마음을 성령께 내어드리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꼭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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