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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을 보면 예수님은 우리를 가리켜서 혼인잔치에서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는 종에 비유하고 계십니다. 주인을 마음으로부터 공경하고 충성을 다하는 종이라면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냥 멍하니 가만히 앉아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주인이 돌아오자마자 시중을 들 수 있도록 허리에 띠를 두르고 있을 것이며, 등잔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심지를 살피고 기름을 채워놓고 기다릴 것입니다. 주인이 언제쯤 돌아올까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것입니다. 주인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주인에게 무슨 나쁜 일이나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도 할 것입니다. 잔치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은 아닌지, 돌아오는 길에 강도라도 만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상상도 해봅니다. 문밖에 나가서 기다려보기도 하고, 피곤함에 지쳐서 앉은채로 꾸벅꾸벅 졸기도 할 것입니다. 이처럼 진정으로 주인을 위하는 종, 혹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자기가 맞아들일 사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기 마련입니다. 참된 기다림은 꾸준하게 준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인이 돌아와서 그렇게 주인을 잘 맞아들이기 위해서 준비한 종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퇴근시간이 늦은 남편을 위해서 차려놓은 저녁상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가슴뭉클해하는 남편의 마음처럼 흐뭇하기도 하고, 그 종이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오늘 복음말씀 끝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마치 도둑이 오는것과 같이 그때와 그시간이 올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그 시간은 한정된 것입니다. 그 시간은 불과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100년이 넘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하느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죽었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실 때에,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실 것이라는 약속을 기억하고 믿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때와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오직 하느님만이 알고 계십니다만, 그때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판과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고 또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한정된 이 세상에서의 시간을 살아가는 속에서, 언젠가 우리에게 찾아올 그때와 그시간을 두려워하며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그때, 그시간에 우리를 찾아오실 것을 기다리면서 충실한 종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도 지금까지의 내 삶에 후회가 없도록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어두운 마음까지도 환하게 비춰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사랑이라는 등잔을 밝힐 기름을 늘 가득히 채워놓고 양심이라는 심지를 늘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고, 마음 깊은 곳에 다른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간직한 채 마지막 날을 맞지 않도록 하루빨리 그 미움과 분노를 털어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모든 노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많은 것도 아닙니다. 진정으로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종이 꾸준히 자신의 할일을 준비했던 것과 같은 자세가 참된 기다림의 자세입니다. 우리는 도둑처럼 찾아올 그날을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까? 신앙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가볍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우리는 “오늘이 바로 그날이며,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라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성실하고 인내로운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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