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사순 제1주간 금요일(마태 5,20ㄱ-26)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단지 ‘살인하지 말라’는 제한적 명령을 지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화해하라’고 하십니다. 즉 ‘살인하지 말라’는 율법의 근본적인 정신이 “화해”에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원한이 생긴다 하더라도 화해한다면 사람을 해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해란 사람을 해칠 만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마지 못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화해하려는 선제적 노력을 통해 우리는 서로 아픔이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화해해야 할 존재 곧 ‘형제’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이어지는 말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알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마태 5,23-24)

  하느님께서는 제단에 어떤 제물이 바쳐지는가보다 그 예물을 바치는 사람의 ‘의로움’을 참된 예물로 여기신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우리 자신, 곧 이웃을 형제로 여기고자 하는 우리 자신이 주님께 드릴 참된 예물입니다. 사실 봉헌(奉獻)은 우리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가져다 바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즐겨받으실 것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중에 누가 더 옳은가를 가려내는 것보다 화해해야 할 형제를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주님께서 즐겨받으실 우리 자신의 정성이 될 것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